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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영화를 만나다



   디앤 아버스 Diane Arbus의 사진을 내가 처음으로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2003년 LA에 있는 장 폴 게티미술관 J. Paul Getty Museum에서 였다. 아버스의 단독전시회는 아니었고 게리 위노그랜드 Gary Winogrand와 윌리엄 이글스톤 William Eggleston의 사진들과 같이 한 전시회었다. 전시회 제목인 'Strange Days'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이 전시회는 미국 현대사에서 가장 역동의 시기라고 불리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위 세명의 사진사들의 작품들을 모은 전시회였다.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1960년대 미국의 모습을 다큐멘타리, 풍경, 그리고 인물사진으로 남겼다. 미국인들이 60년대를 되집어 볼때마다, 나는 우리가 우리의 80년대를 돌아보는 듯한 묘하고도 복잡한 심정을 느낀다. 보다 순수하고 단순했던 시대에 대한 보수적인 향수와 사회나 삶의 옳지 않는 부분들과 훨씬 더 치열하게 부딛기며 고민할 줄 알았던 시대에 대한 진보적인 아쉬움같은. 한가지 분명한건 미국에게나 한국에게나 그 시대를 기점으로 많은 것들이 변화하였다. 긍정적인면에서, 부정적인 면에서도.


 



An Imaginary Portrait of Diane Arbus


 2003년 당시의 세명의 사진작가들의 사진을 모은 게티미술관은 작가별로 각각의 독립된 공간을 만들었다. 그래서 관객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의 사진이 걸린 방에선 한참을 서성거리다가도, 다소 난해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걸린 곳에선 조급하게 빠져 나오는 것이 눈이 훤히 보였다. 그럼 관객들이 가장 낯설어 했던 작가는 세 작가중의 누구였을까? 누드로 있거나 피흘리는 사람도 있던 시위현장을 잡은 위노그랜드의 사진이었을까? 아님 별로 대단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아닌 미중부 교외의 지루한 풍경을 담은 이글스톤의 사진이었을까? 그도 아님 일반적으로 이미지에서 사람들이 가장 빠른 시간내에 발견한다는 사람들의 표정이 훤히 보이는 아버스의 인물사진들이었을까? 각각의 작품들에 대한 관객들의 호응도는 각각의 방을 매우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뿐만 아니라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그들의 표정에서도 역력하게 드러났는데 따라서 아버스의 사진을 바라보던 관객들의 대부분은  그 불편한 마음을 얼굴에 그대로 담고 있었다. 위노그랜드나 이글스톤의 사진을 보고 있을때는 찾을 수 없던 표정들이었다.




   디앤 아버스 생애의 첫번째 전시회는 1967년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였다. 이 역시 개인전은 아니었고 세명의 사진작가를 모은 전시회였는데 아버스의 사진은 여기서도 게리 위노그랜드와 같이 전시되는 인연을 맺었다. 나머지 다른 한 작가는 2003년 게티미술관이 선택한 윌리암 이글스톤 대신 리 프리드랜더 Lee Friedlander였다. 그러나 명망있는 미술관에서도 전시회를 갖고 구겐하임의 지원금을 두번이나 받은 디앤 아버스의 작품집 출간은 그녀의 생존때는 물론 그녀의 유명세가 더해진 사후에도 쉽지 않았다. 미국은 물론 유럽의 대형출판사들은 아무래도 아버스가 주 대상으로 하고 있는 피사체에 대한 부담감을 숨길 수 없었다. 창녀, 정신 또는 지체장애자, 난장이, 거인, 누디스트, 그리고 여장남자까지. 하물며 평범한 사람도 그녀의 사진안에서는 쉽게 근접할 수 없는 묘한 표정과 분위기로 사진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직시하고 있다. 다행히 1972년 MoMA가 준비중이던 그녀의 회고전을 앞두고도 작품집 출간이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Aperture 잡지사의 주도로 출판이 마무리되 사진사에서 가장 유명한 책중의 하나인 <Diane Arbus: An Aperture Monograph>가 나오게 된다.



스티븐 세인버그 <퍼>, 2006


  디앤 아버스를 소재로 한 영화가 17일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퍼 Fur: An Imaginary Portrait of Dian Arbus>인데 영화팬들은 물론 특히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척 고대하게 했던 영화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1년이상 개봉이 늦어지면서 그동안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미 다른 경로를 통해 많이들 본 상태이긴 한데 난 아무래도 텔레비젼이나 특히 모니터가 극장을 대신할 순 없다고 믿는 사람이다.


  디앤 아버스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영화는 관객들에게 자주 오해나 다른 기대를 갖게도 하는데, 사실 영화 <퍼>는 그 원제에 길게 꼬리가 달린 부제가 증명을 하듯이 그녀의 전기영화라고는 할 수 없다. 모피상을 하던 부유한 유태인 가정에서 태어나 패션사진작가였던 남편을 돕다가 사진을 시작하고 누디스트의 공동체까지 찾아가 작업을 한 것까지는 맞지만 그 외에 윗층 이웃인 라이오넬을 만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작업을 하게되는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철저히 상상에 근거한 허구fiction이다. 그 모든 상상은 아버스가 사회에서 보통 'freaks'라 일컬어지는 소외계층과 어떻게 거리감을 좁혀가며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작업을 했는 지를 설명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이 영화나 영화의 근간이 되었던 원작에 아버스의 유족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을 했지만 그네들이 조금만 넓은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한들 작가들의 상상력이 논쟁의 소지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아버스 사진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는 그녀의 유족들은 아버스의 명성에 해가 될만한 것이면, 정확히는 디앤 아버스 사진의 판매가를 떨어뜨릴 만한 것에 관해서는 예전부터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영화 <퍼>의 원작인 퍼트리샤 보스워스가 쓴 아버스의 전기 <다이앤 아버스> (김현경 역, 세미콜론)는 작년에 우리나라에서도 번역 출간되어 상당한 독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유족측은 아버스의 긍정적인 면은 물론 어두운 면까지 진솔하게 담겨있는 이 책을 아버스의 전기로 인정할 수 없다며 단 한장의 아버스의 작품 사진 게재도 허락하지 않았다.


  2003년 게티미술관에서의 전시회후 채 일년이 되지 않은 시점인 2004년 봄에 디앤 아버스의 대규모 개인전이 LA에 있는 LA카운티미술관 (LACMA)에서 열렸다. 3개월간 지속된 그녀의 독립된 전시회에는 적어도 50만명이상의 관람객들이 그녀의 사진을 보고 갔다. 70년대부터 지속된 그녀의 사진에 대한 재평가 덕분에 지금 그녀가 사진사에서 이룬 업적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그녀의 사진에 대한 평가에 비하면 그녀가 주 피사체로 삼았던 사람들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거의 변화가 없다. 1967년 그녀의 첫 전시회에서든 2003년의 최근 전시회에서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난감한 표정을 하고 있다.



an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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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상영관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디서 하는 지 모르겠어요;;
    혹시 알고계신가 해서요^^

    2008/01/17 01:33
    • 빈상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일단 17일 개봉은 미로스페이스에서 일주일 하고요, 그다음은 24일부터는 씨네큐브에서 일주일,
      마지막으로 스펀지하우스(중앙)에서 31일부터 일주일을 상영한다고 합니다.

      2008/01/17 09:54
  2. 신어지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버스의 사진이 처음 전시되었을 때 거기에 침을 뱉는 안티 아버스들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보통의'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노출일 수 밖에 없는 모양입니다. 사실 저 같아도 아버스의 사진 작품을 구입해서 집 안의
    한쪽 벽에 걸지는 못할 것 같아요. ^^;

    2008/01/19 03:09
    • 빈상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저도 맨 처음 아버스의 사진을 보았을때는 복잡한 감정이었죠. 영화 <Freaks>를 첨 보았을때도 마찬가지고요.
      21세기를 사는 요즘 사람들도 이러한데 40년전에, 그리고 80년전에 저런 시각을 가진 디앤 아버스나 토드 브라우닝같은 사람들은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2008/01/19 06:03
  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덕분에 diane arbus를 알게되었네요.
    저도 신어지님처럼 벽에 아버스의 사진을 걸진 못하겠지만.. 사진 정말 잘찍은거 같아요..
    사진 검색해보니 저 twins사진의 경우, 스탠리 큐브릭이 샤이닝에서 차용한 이미지였던거 같고...
    아마도 크리스 커닝햄도 아버스의 영향을 받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잘 봤어요^-^

    2008/03/28 05:53
    • 빈상자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 혹시 사진만 보시고 큐브릭이 사용한 걸 알아채신거예요? 그런거라면 정말 대단.
      아버스에게 영향받은 사진작가들이 정말 많은 듯 해요^^

      2008/03/2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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